부산 음식

 

부산 음식을 말하다.

부산하면 돼지국밥이다. 그것 말고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을까? 맞다! 부산하면 ‘돼지국밥’이다. 하지만 돼지국밥이 부산 음식의 전부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부산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수많은 음식들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적 음식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제목 / 부산의 음식, 부산을 담다 팔도를 품다
  • 저자 / 부산문화재단 기고자들 (김미주 김성윤 김정화 김준 김한근 나여경 박상현 박정배 박종호 박찬일 박희진 반민순 배길남 양용진 오지은 이춘호 최원준)
  • 출판사 / 부산문화재단
  • 출판일 / 초판1쇄 발해 2022년 12월 20일

들어가며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돼지국밥, 밀면, 어묵, 동래파전, 곰장어, 초량돼지갈비, 씨앗호떡, 고갈비, 바다 추어탕, 해초음식, 청게 방게 밀기, 꼬리래기회쌈, 전어넵데기회, 매집찜, 말미잘탕 등이 있다. 항구도시이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부산은 수많은 음식들이 탄생하거나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부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는 노력 때문이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답답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부산에 대한 연구는 역사와 문화, 음식에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 부산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을 구입해 소개하려 한다.

부산 사람들도 부산의 음식에 대해 잘 모른다. 사람은 본시 자신이 먹어본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굳이 다른 음식에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부산의 음식을 ‘돼지국밥’이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많은 부산 사람들 중에는 ‘돼지국밥’은 아직도 거부하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부산을 대표한다하여 부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이 즐기고 자주 찾는 음식이 있다.

부산의 음식들은 자생적이기보다 상황적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작은 촌 동네에 불과했던 부산은 거대한 도시가 되어갔다. 특히 6.25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에 정착하게 되면서 거대한 도시가 되었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되었다. 지금은 이미 인천에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았지만 여전히 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천이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이 아니었다면 결고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은 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 중의 하나이자 극남동에 자리한 항구도시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도시이다. 부산의 음식들은 이러한 독특한 부산의 지형과 역사로 인해 생겨났다.

많은 저자들이 각기 저마다의 부산 음식을 찾아 인터뷰하고 맛보고 체험한 것을 기술한 것이다. 그렇기에 문장의 일관성이나 문맥이 각기 다르다. 단점이 될 수 도 있고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저마다 다른 입맛고 체험이기에 그동안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강력하다.

각 필요한 부분을 읽어도 되지만 서론에 해당되는 최원준의 “부산의 정체성과 부산음식”은 반드시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부산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역사와 상황을 잘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음식을 ‘시대를 담는 그릇'(9쪽)으로 표현한다. 음식과 역사는 맥을 같이 한다.

부산의 음식을 연구할 때는 부산의 지정학적 특성과 시대적 역사성을 고려하면 쉽게 파악이 된다. 부산은 최남단이자 동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항구 도시이자 일제강점기의 개항도시이자 한국전쟁 당시 피난도시였다. 이러한 역사적 지정학적 특징들이 부산의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부산사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수용성'과 '개방성', '다양성'이 바로 그것으로, 각지의 이주민들이 각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여 부산의 문화로 만들고, 부산의 문화를 개방하여 모든 이와 함께 나누는 것. 이거시 부산사람이 가지는 '부산의 정체성'이다. 부산의 수용성과 개방성, 다양성과 공동체 의식은 현재 우리 부산의 향토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부산의 음식은 부산의 정체성과 부산사람들의 기질을 두루 담고 발전을 하게 된다. (12-13쪽)

2009년 부산시는 부산의 향토음식을 선정한 적이 있다. 생선회, 동래파전, 흑염소 불고기, 복어요리, 곰장어구이, 붕장요일, 해물탕, 아구찜, 재첩국, 낙지볶음, 밀면, 돼지국밥, 붕어찜 등 모두 13가지이다. 하지만 이 음식들이 부산의 유일한 음식이거나 부산에서 기원한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논란이 적지 않다. 원부산이었던 동래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이 아닌 이상 모든 음식들은 이미 있는 음식들이었고, 급하게 들여와 부산화된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산의 음식들은 “외부환경에 의해 급속하게 재편된, 타의에 의한 급조된 음식들'(15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부산의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 만들어진 요리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상황이 만든 부산의 음식들을 차근차근 맛보고 체험하는 것도 꽤나 재미난 일이다.

돼지국밥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은 돼지고기를 삶아 곰국에 고기를 썰어 넣어 만든 것이다. 돼지국밥은 저렴하고 싸게 국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난한 서민들과 피난민들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 되어갔다. 돼지국밥의 종류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육수이다. 돼지국밥의 욕수는 대부분 돼지사골을 고아 만든다. 고은 정도에 따라 진한 육수와 연안 육수, 맑은 육수가 있다.

밀면

밀면은 냉면과 국수의 중간쯤되는 음식이다. 밀면의 시작은 한국전쟁 다시 이북에서 우암동으로 피난 온 냉면집을 열면서 밀면을 개발한 내호냉면이라고 한다. 물론 내호냉면집에서만 한 것이 아니다. 전쟁 당시 메밀이 부족하고 밀가루가 흔해지자 밀가루를 배합하여 면을 만든 것이 밀면의 시작이 되었다. 밀면은 밀가루 7, 고구마 전분 3의 비율로 만들어진다. 고구마는 부산에서 흔하게 나는 뿌리채소였다. 1970년대 이후 100% 밀가루로 대체된다.

유명한 식당으로는 전통성이 있는 내호냉면이 있고, 개금골목시장에 있는 개금밀면은 닭고기 국물을 사용하여 인기가 좋다. 후에 해육식당으로 바뀐 추곡식당도 개금동에 있었다. 현재는 ‘개금밀면’으로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통이 있는 밀면집보다는 최근에 유행하는 밀면맛집들이 훨씬 맛이 좋다.

1부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유명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돼지국밥을 비롯해, 밀면, 어묵, 선어회, 동래파전, 초량돼지갈비 등이 있다. 2부에서는 “부산 사람도 잘 모르는 부산 음식”이란 제목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독특한 부산 음식들을 소개한다. 바다 추어탕, 고갈비(명갈비), 영도 조내기고구마, 해초 음식, 청게, 방게, 밀기, 전어넙데기회, 꼬리래기회쌈, 매집찜, 말미잘탕 등이다. 그 중에 필자도 처음 들어보는 ‘매집찜’을 소개한다.

밀면 :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황씨네 밀면

매집찝

‘매집’이란 단어도 생소하다. 매집은 기장의 대표 잔치 음식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장만의 독특한 지역음식인 셈이다. 매집은 청각의 일종으로 독에 떡처럼 붙어 있어 ‘떡청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청각과 동일한 것이지만 생긴 것은 전혀 딴판인 식재료인 셈이다. 매집찜은 주재료가 되는 떡청각을 비롯해 따개비 등의 다양한 해산물, 콩나물, 고사리 등의 나물을 함께 넣고, 야채도 넣어 끓인 일종의 찜이다.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어간 셈이다. 지금은 사라진 음식, 향토 기록지에 남을 음식이 되고 말았다.

나가면서

참 고마운 책이다. 부산의 음식여행을 위한 좋은 참고자료가 될 터이니. 단지 음식을 맛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걸어왔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 동일한 음식이라도 역사를 알고 먹으면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독특한 부산의 지정적학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부산의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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