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다도해여행각서의 길을 따라

 

조선다도해여행각서의 길을 따라

[조선다도해여행각서]는 도서해양학술총서43번째 책이다. 저자는 이혜연 고광민이다. 두 사람은 목포대에서 교수와 연구원으로 활동중이다. 서해안을 배경으로 다양한 다도해의 풍경과 풍습을 담고 있다. 일종의 다도해 연구 도서라 할 수 있다.

조선다도해여행각서의 길을 따라 표지
조선다도해여행각서의 길을 따라 표지

솔직히 돈과 공간만 된다면 이 시리즈는 모두 사고 싶다. 아니 살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사람들이 다도해현장조사보고서인 [조선다도해여행각서]를 목포대의 도서문화연구원들이 그 길을 따라가며 비교 조사한 것이다. 일종의 현장 조사 도서인 셈이다. 서해와 남해의 다양한 섬 주민들의 생활과 풍습, 생활 도구들을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아낸 율이무이한 시리즈다.

이 책은 도서해양학술총서 마흔 세번째 책이다. 1930년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다도해의 풍경을 비교하고 있다. 다도해의 모든 것을 싣지는 않았다. 상나월도, 대허사도, 낙월도 등을 중심으로 촬영했고, 그 뒤를 따라갔다.

논이 거의 없는 섬은 어떤 농사를 지을까? 밭 중심의 농사이고, 보리와 고구마가 대부분이다. 아직도 고구마는 남해안 지역에서 중요한 생산작물이다. 보리는 비가 많지 않아도 되고, 바람에 잦아도 잘 자란다. 그래서 더운 시기에는 콩이나 배추 등을 기르고, 가을이 되면 보리나 밀을 심었다. 밀은 귀하고 대부분 쌀보리를 심었다.

고구마는 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물이다. 고구마는 분류상 채소로 분류된다. 감자는 줄기채소, 고구마는 뿌리채소이다. 쌀이 귀한 섬 사람들은 녹말을 얻기 위해 보리와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는 남해안 섬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주식이었다.

섬 사람들이 샘에 모여 빨래하는 사진은 참 좋다. 어릴 적 수도가 놓이기 전 우리 동네도 동네 공동샘에 모여 빨래를 했다. 샘은 마을에 몇 개가 있었지만 빨래를 할 정도의 샘은 수량이 상당해야 했다. 작은 샘이나 우물은 길어 음료로 사용했다. 물이 귀한 섬 사람들은 샘은 생명줄과 같다. 바다와 가까운 낮은 지대에 샘물은 빨래터이자 음료의 원천이었기에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종조 썰물 때에 뻘밭 중간에 샘이 있었다. 두 소녀가 썰물 때의 뻘밭 샘에 앉아 빨래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예전에는 다 저렇게 방망이를 들고 비누칠을 하며 빨래를 했다. 상낙월도 앞 바다에 있는 ‘도내기샘’이다.

섬은 여자들이 많다. 남성들은 어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배를 끌고 나가 고기를 잡는 것은 지금도 힘들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동력이 바람과 사람의 놋에만 의존했던 시절에는 더욱 위험했다. 태풍이나 큰 파도를 만나면 사고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남성들은 사고 죽거나 줄과 담배로 일찍 목숨을 잃었다. 그러다보니 섬의 농사나 생활은 대부분 여성들이 했다.

대부분의 섬에는 공동작업장이 있다. 평지가 흔하지 않았던 섬의 집들은 마당이 거의 없다. 대신 뻘을 메꿔 만든 넓은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마당처럼 활동했다. 그곳에서 탈곡도하고, 동네 잔치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1930년대의 섬 사람들의 일상과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좋다. 지금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당시의 모습이 아른하게 보인다. 참 좋은 책이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검정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와 특징

부산의 음식

회색(Gray)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와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