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어느 날 문득 사진 한 장
지나보면 삶이 참 허하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나 정말 그렇다. 오늘 두 아들도 없는 집, 사랑하는 고양이 마저 잃고 홀로 집에 있다. 삶이란 이렇게 홀로 되어가는 것이리라.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급할 필요는 없다.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버릴 건 버리고, 있는 것은 규모를 줄인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버려야 한다. 한동안 유용했거나 유용할 거라 생각하여 소유했던 것들도 유통기한이 지나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것 또한 하나둘씩 정리해 나간다.
자료를 모르기 위해 많이 찍어 두었던 사진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것저것 모아둔 자료들. 필요할 것이다. 유용한 자료야.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객관적 자료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서 10여 년 잠금된 체 어딘가에 있었던 수많은 자료들을 꺼내 아직 유통기한이 남은 것이나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제하고 하나둘씩 삭제하고 있다.
그러다 보게 된 사진 한 장. 언제인지 모른다. 다만 그 기억은 있다. 다행히 사진 파일이 날짜로 저장되어 있어서 그 날을 알 수 있다. 2012년 12월 6일. 참 아픈 시간이었다. 아니 아픈 시간의 시작이었다. 고통과 슬픔이 지난하게 이어왔고, 또 이어갈 시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잠시 시간을 내어 다대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커피 두 잔과 브런치 한 조각.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기억이 난다. 참 달콤했다. 커피는 뜨거우면서 썼다. 좋은 쓴 맛이다. 기분 좋은 쓴맛은 달콤한 브런치와 잘 어울린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한 참을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행복해 하는 아내의 표정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라 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겠지만 서로였기에 좋았고, 함께 였기에 행복했다.
이제 아내는 저 멀리 떠나고 나 홀로 남았다. 남은 자의 슬픔. 고독. 쓸쓸함.
책을 벗 삼아 조용히 지내고 싶을 뿐이다. 아직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걸까?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