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적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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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 역사와 맛과 풍경을 찾아
부산,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적 안내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단지 부산을 알기 위해서다. 부산과 관련된 책들을 하나둘씩 사 모으면서 제목에 ‘부산’이 들어간 이 책 역시 눈에 들어왔다. 한 분야에 서너 권의 책만 읽으면 내용이 거기서 거기다. 굳이 다른 책들을 살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정보를 제공하는 그런 책들은. 하지만 이 책은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곧바로 주문했다. 바로 ‘인문학’이란 단어 때문에. 인문학, 그것이 무엇이기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까?
- 제목 /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
- 저자 / 유승훈
- 출판사 / 가지
- 출판일 / 초판 1쇄 2017년 9월 25일 / 초판 3쇄 발행 2021년 5월 15일
- ISBN 979-11-864440-18-6 (04980) / 979-86440-17-9 (세트)

‘그냥 부산에 관한 책이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부산의 역사와 맥락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곳에 그것이 있다가 아니다. 2023년의 눈으로 바라본 부산과 1950년대 부산은 많이 다르다. 아니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했다. 역사는 흔적이고 정신이다. 현재의 부산이 있기까지 많은 사건과 변화된 풍경이 존재했다.
저자 유승훈
저자인 유승훈은 서울태생으로 어떻게보면 이방인이다. 하지만 그는 부산에 안착했고, 부산박물관학예연구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산사람보다 더 부산을 잘 아는 사람이다. 오래전 두 살 많은 누님과 이야기를 이야기를 하다 서면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말에 너무 놀랐다. 그 누님의 나이가 당시 26살이었으니 태어나 한 번도 서면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부산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부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부산은 알아도 그 이전의 부산, 심지어 당시의 다른 곳의 부산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인문학 여행이 필요한 이유
부산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부산에 살면서 부산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역시 이 책을 추천한다. 과도하게 깊지 않으면서 부산의 다양한 역사와 풍경을 그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담을 수 없으니 이 책에서 소개한 몇 가지를 필자의 생각을 넣어 소개해 본다.
도시 인문학 여행은 이미 각광을 받는 추세이다. 인문 여행은 지역의 환경과 역사, 사람까지 살펴보눈 것이다. 도시가 품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독특한 인문환경, 징겨민이 사는 모습과 삶의 현장, 오늘의 도시를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까지 체험해 보는 여행이다. 화려한 관광지를 대충 눈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깊은 속살까지 체험하는 '도시 인문 여행'. 이것이야말로 더 재밌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아닐까? (9쪽)
부산을 대표하는 장소들
부산을 대표하는 ‘곳’은 어디일까? 시대별로 다른 답을 줄 것이다. 얼마 전 환갑이 훨씬 넘어 칠순을 바라보는 분과 대화를 했다. 그런데 내 귀에는 기이한 내용으로 들렸다. 마치 박물관의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책을 꺼내 읽은 듯한 내용이었다. 그분의 이야기의 중심은 1950년대와 기껏해야 1960년대 중반까지였다. 그 이상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는지 난 모른다. 그 정도 나이라면 충분히 광복동과 남포동, 자갈치, 송도 해수욕장도 나올법한데 말이다. 사람의 기억은 이렇게 늘 한정적이다. 지금의 20대에게 물어보라. 해운대가 좋다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광안리와 광안대교, 그리고 서면이다.
그건 그렇고 모든 시대를 아루르는 부산의 대표 명소는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 몰운대, 태종대이다. 지금은 몰운대(다대포)와 태종대(영도)은 망각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해운대 역시 최고의 인기 장소였지만 몇 년전부터 광안리에 밀려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었다.
1950년대 이후, 아니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부산을 대표하는 곳은 용두산 공원을 중심으로 남포동과 광복동, 자갈치 시장, 송도해수욕장이었다. 환갑이 넘은 사람들 중에 미도파 백화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해운대와 몰운대, 태종대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해운대, 몰운대, 태종대를 흔히 부산의 삼대라 부른다. 이 삼대는 예로부터 경치가 뛰어나고, 빼어나 부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관광지였다. 부산을 알 수 있는 가장 '부산스러운' 바다 명소들이다. (16쪽)
해운대는 일제강점기이전까지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몰운대는 풍경이 좋은 숨은 명소였다. 태종대 역시 신라시대부터 말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명소이다. 이들은 모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명소들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은 어떤가? 누군가는 부산에 산이 많아 산부자라서 ‘부산’이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평지가 극히 적은 항구도시의 특징을 부산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대가 가장 낮아야 할 해변가인 부산에는 주변에 비길 수 없을 만큼 높은 산들이 많다. 해운대의 장산을 비롯하여, 동래의 금정산, 구덕의 수영의 황령산 등은 정말 높은 산들이다. 어디 그곳에만 있을까? 부산의 서남쪽에는 구덕선과 승학산도 있다. 더 낮은 산들까지 합하면 부산은 산들의 천국이다. 그러니 터널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산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사람들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평지는 부족하고 산이 많으니 인구가 늘어날수록 산으로 올라가는 주민들이 생겨났다. 어떻게 보면 산동네 주민들의 사연은 부산의 자연지리로부터 말미암는다. 그래서 부산의 산에 올라 도시를 보는 일은 단지 매력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살아있는 역사와 마주하는 일이다. (23쪽)

부산의 맛, 부산의 멋
2부에서는 부산의 맛집과 멋스러운 풍경을 소개한다.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 부산이다. 앞으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높은 산, 그리고 역사적 스토리가 부산 전체를 아우른다. 많은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찍혔고, 찍혀지고 있다. 구도심과 신도심이 멋지게 어우러진 부산만의 독특한 풍경은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한다. 저자는 부산의 역사에 스며있는 부산의 음식들과 풍경을 소개한다. 그런대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이 없는 것을 보니 좋아하지 않은 듯하다.
그냥 부산 맛집이 아니라 부산의 역사와 함께한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국수와 밀면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곡물의 마지막 정착지였던 부산은 일본으로 나가는 수많은 쌀과 곡물이 있었다. 반대로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첫 관문이 부산이었다. 이렇게 구포를 중심으로 국수 공장들이 들어섰고, 해방 후에는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부산의 곳곳에 ‘국수 거리’가 있었다. 국수 거리를 찾아보면 의외로 배고픈 이들이 한 끼를 때우게 위해 먹었던 중요한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어묵을 빼고 부산의 음식을 말할 수 없다. 부산에는 일제강점기시절부터 어묵공장이 존재했다. 해방 후 일본 사람들이 떠나자 소규모로 어묵공장을 이어갔다. 이것이 부산 어묵의 기원이 되었다. 생선이 흔했던 부산에 어묵은 생선을 보존하기 위한 방편이자 맛있는 음식이자 반찬이었다. 부산의 어묵 사랑은 타지역에 비할 바가 못된다.
나가면서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앞 부분을 잠깐 소개했지만 이 책은 더 깊이 멀리 걷는다. 항구도시로서의 부산, 피란 수도인 부산, 그리고 부산의 사람들까지 소개한다. 마지막 6부에 소개되는 부산 사람에 대한 소개는 오랜 동안 부산에 살아온 나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정말 놀라웠던 건, 김영삼을 비롯해, 노무현, 문재인까지 모두 부산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참 좋은 책이다. 부산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볍게, 하지만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멋진 가이드북이다. 지금의 눈이 아닌 역사적 맥락에서 부산을 보면 지금보다 백 배는 더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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