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좋아한다

 서점을 좋아한다. 책을 사든 사지 않든 서점에 자주 간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동네서점이 한다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대부분 사라졌다. 이젠 책을 사려면 인터넷 주문을 하던지 시내 큰 서점으로 가야 한다. 서점이 사라진 이유를 누군가는 도서정가제, 누군가는 시대의 변화 등에서 찾는다. 나는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크다고 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요즘 누가 책을 읽는단 말인가?

책의 시대는 지났다. 한때 책을 사서 모으는 것은 고상한 취미와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읽지도 않은 책을 사서 비싼 돈을 들여 고급스런 책장을 구입해 책을 전시했다. 정말 전시했다. 그곳의 책들은 단 한 번도 읽힌 적이 없다. 우연히 꺼내 본 적은 있어도 펴서 읽지는 않았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독서는 꾀나 고상한 취미였고, 있어 보이는 지적 행위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흘러 사람들은 솔직해졌다. 허울뿐인 고상한 취미를 버리고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영상과 쾌락을 쫓아갔다. 책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한 때 <종이책 읽기를 권함>이란 책도 나왔지만 종이책은 커녕 디지털 책도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읽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화된 인터넷 정보들과 영상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읽다. 읽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라디어오에서 TV로, TV에서 다시 SNS로 넘어가듯 말이다.

그래도 난 서점이 좋다. 이전처럼 미친듯이 책을 사지 않지만 말이다. 살 수도 없다. 이전에 비하면 책값이 두 배에서 세 배는 더 비싸기 때문이다. 고르고 골라 한 두 권을 구입하든지,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전에 비하면 1/10도 되지 않는 극히 적은 몇 권의 책만을 구입한다.

서점에 가면 글감이 떠오른다.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다. 서점에 가면 좋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책을 펴서 내용을 살필 수 있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 출판에 종사하지 않아 정확히 책의 규격이나 용어를 알지 못하지만 느낌으로 이 책이 좋은지 나쁜지 감을 잡는다. 대부분 엇나가지 않다. 만 권이 넘는 책들을 읽어오면서 묘하게 느껴지는 감이다.

내일은 추석이다. 곁에 있는 예스24 중고서점을 찾을 예정이다. 쉬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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