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는 법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한 때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글쓰기 관련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글쓰기 관련 책만 해도 쉰 권은 더 될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 보다는 많이 늘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좌절. 하지만 포기하지 싶지는 않았다. 가끔 글쓰기 관련 책을 읽기는 했지만 내용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 하지만 이번 책은 남달랐다. 그 책을 소개 볼까 한다.
- 제목 / 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 저자 / 김중혁
- 출판사 / 위즈덤하수스
- 출판일 / 초판1쇄 발행 2017년 12월 18일, 초판3쇄 발행 2028년 1월 2일
- ISBN 979-11-6220-144-2 03800
글쓰기를 시작하는 법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적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글쓰기를 이미 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것이 탓이다. 누구나 하는 글쓰기, 누구는 잘 하고 누구는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배우지 않기 때문일까? 난 그렇다고 생각하다. 감각적으로 정식 과정을 밟지 않아도 잘 쓰는 사람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여튼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일단 써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결국 글쓰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늘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은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계속하면 잘하게 된다. 물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한계에 부닥치기 마련이지만. 그 전까지는 하여튼 뭐든 써야 한다. 그것이 답이다.
누군가 물어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가끔 이렇게 대답한다.
잘 쓰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쓸 수 있다고.
잘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그릴 수 있고,
잘 부르려고 하지 않으면 언제든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난 이 말에 동의하면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참 좋은 충고다. 물론 계속 이 조언대로 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생기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글쓰기 습관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책의 개요
책은 크게 5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은 창작의 도구들, 2장은 창작의 시작, 3장은 실전글쓰기, 4장은 실전 그림 그리기, 5장은 대화 완전정복이다. 그림 그리기가 들어가 있는 책은 첨이다. 전체적인 내용들은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들이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자질 또는 실력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전의 글쓰기 소개 책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 된다는 점은 매력적인 동시에 모호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뭐라도 쓰게 된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다.
글을 잘 쓰는 비결
이 부분은 책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이기 보다 중요한 부분을 추려 보았다. 그게 더 나아 보이는 책이다. 내용은 책의 내용은 바탕으로 하지만 필자의 의견과 설명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
관찰 또는 천천히 보기
저자는 말한다. 창작자의 가장 중요한 재능은 ‘관찰’이라고. 관찰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마지막 목적이기도 한다. 관찰이야 말로 글쓰기를 배우는 이들이 갖추어야할 요소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글쓰기는 output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input이다.
재치와 끈기와 열정과 야심이 불타올라도 관찰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관찰은 창작자로 출발하기 위해 제일 먼제 가동시켜야 할 엔진이자 가장 늦게까지 타올라야 할 불꽃이다. 관찰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10쪽
관찰은 천천히 보기다. 천천히 보기는 빨리 보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보기는 목적보다는 과정, 여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 저자는 ‘산책을 해보라’ 권면한다. 참으로 그렇다. 산책은 조용히 사색하며 걷는 것인 동시에 뭔가를 관찰하는 행위이다. 자신이 쓸 글도 천천히 읽어 보라.
사소한 표현에 공들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커다란 이야기에도 공을 들일 수 없다고 생각 한다. 14쪽
주변을 살펴 보기
1장 창작으로 도구로 들어가면서 저자는 자신이 책상에 놓인 다양한 물체들을 소개한다. 화이트보드, 아이패드, 에스프레소잔, 손톱깍이 등등. 이런 식이다.
손톱깎이 : 손톱이 길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손톱이 길면 누군가를 할퀴는 글을 쓸 것 같아서, 최대한 짧게 깎는다. 19쪽
저자의 생각이다. 키보드를 통해 글을 쓰는 사람은 손톱이 길면 안 된다. 불편하다. 그래서 짧게 깎는다. 하지만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사람은 손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키타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소설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클래식 기타 연주가는 또 자신만의 필요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그 말을 한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분석법이다.
주변을 살펴보자. 내가 하는 행위, 내가 소유한 것들. 그냥 주변의 건물과 길, 표지판 등등. 그냥 그것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보는 것이다. 내가 자주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생각으로 대상을 풀어내는 것이다.
책을 두 번 읽기
저자에게서 독특한 아집과 고집이 보인다. 물론 그것이 맞다 할지라도 나는 소설가들의 억척스러운 고집에 진절머리가 난다. 소설가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무엇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난 니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사람이야’라고. 이 책의 저자도 딱 그렇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은근히 비아냥 걸니다. 이 부분은 62쪽에 있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면 될 걸 굳이 비아냥 거리듯 표현하고 있다.
나 또한 책을 많이 읽기보다 깊게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야 다시 읽을 책이 보이고, 다시 읽을 책이 뭔지 아는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다독을 치부하는 것이 꼴보기 싫다. 이 책의 저자인 김중혁 역시 그렇다. 그렇다고 그의 전부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 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여튼 ‘많은 책을 읽고’ ‘다시 읽을 책’을 선별했다면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새 포도주도 좋지만 묵은 포도주는 더욱 좋기 때문이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 수록 좋다하지 않았던가.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길 바란다. 여전히 잘되지 않지만, 책에서 읽은 것들을 세상에서 써먹고 싶어 좀이 쑤시지만, 내가 아는 게 진짜 알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물어보려고 노력한다. 두 번 읽으면서 계속 물어보려고 한다. 65쪽